일의 기초: 개념정의

 
개념, 영어로는 Concept이라고 합니다. 개념은 아마도 디자이너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 중에 하나일 것입니다. 기획자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기획은 개념의 정의 또는 창안으로부터 시작된다고 봐도 무리가 아닐 것입니다.
 

개념정의는 일의 시작이자 목표

그런데 개념 사용의 일상성과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정작 개념을 정의하는 일이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내는 과정은 차치하더라도, 당면한 비즈니스 현황이나 이슈에 대해서 조차 스스로의 생각이나 관점을 정리하여 개념화 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 실무자들이 많습니다. 더욱이 서로의 공통 배경 지식이 부재한 협업의 장면에서는 개념을 정의하고 공유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개념정의가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요? 기초 윈리와 한자교육의 문제를 지적하신 분도 있습니다*. 현장의 실무자 입장에서 교육의 문제로 회귀해 보자니, 다시금 개인적으로 한자 교육이나 논술지도를 받는 것이 쉽지 않은 형편입니다. 그래서 도구적인 방법으로 각종 (비즈니스를 위한) 논리적 사고 관련 책을 들여다 보기도 하는데, 실무에 바로 적용할 묘안을 찾기 또한 어렵습니다.
 

일의 방법

원론적인 주장이지만, 개념정의를 잘 하기 위해서는 개념정의가 실무의 모든 장면에서 가장 중요한 단위 업무라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람은 특정 사건이나 사물을 경험할 때, ‘개념’으로 부호화하여 기억하고 학습한다고 합니다**. 어느 기업이나 제품 또는 서비스에 적용한 개념이 곧 사용자의 경험(User Experience)이 되길 바랍니다. 예컨대, 사용성(Usability) 극대화가 제품의 핵심 개념이었다면 사용자들도 동일하게 사용성이 뛰어난 제품이라는 것을 체감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따라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모든 주체가 ‘사용성’ 정의에 대해서 명확하게 공유하고, ‘사용성’이 모든 개발 과정의 문제해결에 있어 의사결정 기준이 되어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두 번째로 개념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 있어야 합니다. 당연한 이야기인데, 적지 않은 실무자들이 해외의 저명한 연구자나 기관에서 주장한 개념을 단순히 차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영어를 개념어로 활용하는 경우도 흔합니다. 그런데, 영어 개념은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들에게 중의적으로 해석되는 경향이 있어서 구체적으로 정의하여 진술하지 않으면 협업 구성원들에게 그럴 듯하게 보이게 하는 효과만 있습니다. 서비스 목표나 문제가 상황마다 다를 것인데, 개념에 대해 최소한의 자기 정의나 진술이 없다는 것은 서비스 주체가 모호하다는 이야기와 다르지 않습니다.

개념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과 자신의 생각을 담는 것이 전제가 되었다면, 개념을 구성하고 전달하는 형식적인 측면에서도 고민이 필요합니다.

먼저 개념을 정의할 때, 그 내용의 충분성과 배타성에 대해 질문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령, 사용성을 ‘실제 시스템을 사용하는 사용자의 편의성, 안정성, 유용성으로 정의’ 했다고 하면 편의성, 안정성, 유용성이 사용성을 충분히 설명하는지 검토해 봐야 합니다. 더불어, 편의성, 안정성, 유용성 등의 사용성 하위 설명개념 간에는 서로 배타적인지 집요하게 질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용성에 대한 개념정의는 기획자 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편의성(Ease of Use)을 하위 개념으로 포함하는데 동의 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간혹 ‘사용성과 효율성’, 또는 심지어 ‘사용성과 편의성’을 서로 다른 독립적인 개념으로 활용하여 제품을 기획하는 경우를 왕왕 봅니다. ‘금번 A펜은 사용성과 효율성 그리고 사용자의 편의성을 강화하였다’와 같은 경우입니다. 효율성이 배터리 등의 하드웨어에 대한 에너지 효율성을 높였다면 어느 정도 설명력이 있지만, 유저(User)의 사용과정에 있어 효율성과 편의성 그리고 사용성은 서로 배타적이지 못해 독립적인 제품 개념으로 설정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둘째, 일반적으로 단어나 구로 표현되는 개념의 하위 설명개념들에 대한 관계나 각각의 속성을 시각적으로 도식화 (표, 다이어그램 등) 해보도록 합니다. ‘애완동물’이라는 흔한 개념만 보더라도 사람들마다 자동으로 연상하는 것이 다릅니다. 어떤 사람은 개, 고양이 등 사례의 관계를 연상할 것이고 어떤 사람은 ‘집을 지키는 친구’, ‘다정함’와 같은 일반적인 속성을 맞물려 연상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애완동물’을 정의해 보라고 하면 천차만별한 정의가 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개념을 명제 형식으로 정의해 두었다 하더라도, 그 의미의 관계(위계, 대상의 구분 등)나 속성을 시각적으로 구조화하면 협업 구성원들이 이해를 하는데 효과적입니다.

마지막으로 개념의 전형적인 사례(Example)를 찾아보고 개념의 진술에 뒷받침 하도록 해봅니다. 특히나 UI(User Interface)의 물리적인 특성이나 상호작용과 관련된 개념일수록 전형적인 사례를 추가하여 설명하면 본보기가 되어 그 개념을 제품에 적용하는데 보다 용이합니다. 물론 본보기를 그대로 따라 하기 보다는 개념의 이해와 공유를 위한 것임을 전제로 하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개념정의를 잘 하는 방법. 실무 측면에서 일의 방법으로 생각하여 정리해 보았습니다. 요약해 보면, 원론적인 측면에서 1. 개념의 중요성 인식 2. 자신의 고민과 생각을 담기. 그리고 형식적인 측면에서는 1. 개념 설명에 있어 배타성, 충분성의 집요한 질문 2. 개념의 관계와 속성에 대한 시각적 표현 3. 전형적인 사례 뒷받침 등입니다.

Concept의 어원은 ‘하나로 모아(Con) 꼭 붙잡다(Cept)’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개념정의는 곧 ‘일의 시작’이자 사용자에게 동일한 개념의 경험을 제공하고자 하는 ‘일의 목표’이기도 합니다. 일의 처음부터 끝까지 개념을 꼭 붙잡고 있자면, 개념정의라는 첫 단위업무를 어떻게 잘할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해 봐야겠습니다.
 


* 한기호, ‘우리교육은 왜 개념정의에 약할까’, 전자신문, http://opinion.thoth.kr/?mid=blog&document_srl=963152

** 신현정, 개념과 범주적 사고, 학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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