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Convergence)’ 어떻게 해야 하나?

 
2011년 산업계의 열쇳말 중 하나는 융합이었습니다. 상반기에는 선박과 정보기술(IT)의 융합에 따른 수출이 화제가 된 바 있고, 최근에는 의료 시장에서도 정보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서비스 혁신을 꾀하고 있습니다. 연초에 정부부처 및 기관들은 저마다의 융합 연구과제를 내놓았고, 최근에 융합 기업의 성과가 매우 뛰어났다고 조사까지 진행하여 발표한 바 있습니다1). 게다가 언론에 많이 회자되는 안철수 교수는 서울대 융합 관련 학과로 이동한다고 해서 주목을 받은 바 있고, 어떤 정치인은 본인이 융합의 정치인이라는 주장까지 하는 것을 보면 ‘융합’은 시대가 요구하는 수사가 된 모양입니다. 이쯤 되면 일반 사람들도 융합은 무엇이고 어떻게 하는 것일까에 대해 궁금해 할 만합니다. 도대체 융합이 무엇일까요?
 

융합이란

이미 학계에서는 학문과 학문의 융합에 대해 관심을 갖고 융합의 정의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융합을 생물학적 환원주의 관점에서 통섭으로 일반화하다가, 현재는 융합의 각 주체 학문들이 정체성과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특정 연구 목적을 위해 서로의 공통 개념(Conceptual Blending)2)을 만들고, 같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일련의 협업 과정으로 해석하면 무리가 없을 듯 합니다.

한편, 산업계에서의 융합은 제품과 제품, 제품과 서비스, 서비스와 서비스의 결합을 말하는 것으로 시장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현상이었습니다. 여러 가지 용도로 활용 가능한 스위스 군용 칼, 2000년도 초반에 히트를 쳤던 DVD/VCR 콤보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애플사의 아이폰이 융합의 사례로 언급되고 있습니다3).

학계나 산업계에서 융합의 정의나 현상이 어떻게 되던 간에, 융합이 출현하게 된 배경은 동일한 것 같습니다. 바로 세상과 사람들의 욕구가 매우 복잡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복잡한 사용자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실제 상품 기획자 입장에서 바라본 융합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될지 요령부득입니다. 단순히 제품이나 서비스의 결합만으로 혁신적인 상품 기획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상품 기획자는 이제 없을 것입니다. 애플의 아이폰만 하더라도 단순히 콤보 제품처럼, 전화+인터넷+카메라 식의 물리적인 기능 조합만을 가정했다면 현재처럼 무궁무진한 기능과 서비스로의 확장이 불가능 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실무자 입장에서 융합, ‘일의 방법’을 융합해야

그렇다면 산업계 실무자 입장에서 융합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양한 배경과 지식을 가진 팀원들로 팀을 구성하면 융합 상품 개발이 가능할까요? 필요조건이긴 하나 충분조건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보다는 서로 다른 협업 구성원들 간에 ‘일의 방법’을 융합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전통적인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에서 일의 방법은 표준화되고 매뉴얼화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혁신적인 상품을 내놓기 위해서는 상품 기획 즉, ‘일의 방법’이 늘 새로워져야 합니다. 디자이너들은 컴퓨터 화면만을 바라보며 작업만 할 것이 아니라, 생물학 연구원들이 하듯이 디자인 시안을 실험군과 대조군으로 나눠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해보는 식으로 일의 방법을 융합해 볼만 합니다. 그럼으로써 기존과 다른 디자인 통찰을 얻어 낼 수 있습니다. SW 엔지니어들은 인지과학(Cognitive Science) 전공자들이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험할 때 사용하는 방법을 개발 방법론에 적용해 보고, 그 결과를 태스크 모델링에 반영함으로써 사용성(Usability)이 높은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습니다.

한때 IT 산업을 이끌었던 HP와 식품회사로 유명한 캠벨(Campbell)사는 규칙 개발 실험(RDE, Rule Development Experiment)4)이라는 엄격한 실험심리학(Experiemental Psychology) 연구 방법을 상품 개발 과정에 융합하여 성공적인 사례를 만들어 낸 바 있습니다5). 경영컨설팅회사 맥킨지(Mckinsey)의 일 잘하는 기법으로 소개된 가설 도출, MECE 기반 사고 기법은 실제 행동과학자들의 기초적인 연구 방법에서 가져온 것이고, 글로벌 디자인 회사로 유명한 IDEO는 인류학이나 심리학의 관찰 기법을 상품 디자인 프로세스에 접목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편 우리나라 기업의 경우에는 어떤가요? 창의적인 융합 상품 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일들이 최근 유행하는 대로 인문학의 특정 개념 만을 빌려 오거나 구성원들의 영화, 미술관 단체 관람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보다는 창작자들의 일의 과정이 얼마나 인공적이고 세분화되었는지 그 일의 방법을 확인하고 배워, 실무의 상품 기획 방법에 적용해 보는 시도가 필요합니다. 창의적인 연구자나 창작자들의 ‘일의 방법’을 융합해 보는 것 까지는 아니더라도, 일차적으로 상품 기획 팀원들 간에 서로 다른 배경과 지식에서 나온 ‘일의 방법’을 융합해 보도록 해야 합니다. 기존의 상품 기획 방법과 프로세스를 답습하지 않고, 새롭게 융합한 ‘일의 방법’으로 특정 현상, 문제를 조망했을 경우에만 새로운 개념의 창안 즉, 혁신적인 컨셉을 내놓을 수 있습니다. 융합은 서로 다른 일의 방법과 그 결과로 나온 개념을 블렌딩(Blending)하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합니다.

※작성: ThinkUser SNC컨설팅사업부문

 


참고자료
  1. IT융합 제품 3년 새 50% 성장, 지식경제부 2011년 12월 26일 보도자료
  2. 이정모, 인지과학적 관점에서 본 학문의 융합, 철학과 현실 2010, 봄호, 융합특집, 56-67.
  3. 새로운 공통 개념(Conceptual Blending)을 만드는 일 즉, 개념적 블렌딩 과정을 융합으로 본다면 콤보 제품이나 스위스 군용 칼은 융합 상품의 좋은 사례라고 보기는 어렵다. 아이폰이 가장 좋은 사례라 말할 만 한데, 첨언하면 스티브 잡스가 만들어낸다는 현실 왜곡장(Reality distortion)은 어떻게 보면 스티브 잡스 머리 속에만 있는 개념적 블렌딩 공간이라고 명명해도 무리가 없을 듯 하고, 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없는 스티브 잡스만의 독특한 개념적 블렌딩을 통해서 새로운 개념의 스마트 디바이스를 만들어 냈다고 할 수 있겠다.
  4. http://en.wikipedia.org/wiki/Rule-developing_experimentation
  5. 하워드 모스코비츠(Howard Moskowitz), 블루 엘리펀트 (SELLING BLUE ELEPHANTS), 워튼스쿨경제경영총서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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