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디바이스를 위한 관능검사

 
식품의 맛과 향을 알아보기 위해 관능검사라는 것을 실시한다. 관능검사(Sensory Evaluation)는 사람이 식품을 섭취할 때 감각기관을 통해서 얻는 지각(Perception)의 양상을 검사하는 활동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식품 안전의 일환으로 관능검사를 실시하는 경우가 많지만, 유럽에서는 오랜 동안 사람들이 지각하는 맛과 향을 검사하고 계량화 하여 식품의 질(Quality)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 왔다. 이러한 관능검사가 스마트 디바이스 개발 과정에서도 필요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요즘이다.

주위를 한번 둘러보자.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터치(촉각) 조작 방식이 일반화 된지 오래다. 이제 사람들은 곳곳에 펴져 있는 디스플레이를 조작하기 위해 손가락을 가져가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음성(청각) 인터페이스는 더 이상 화제가 되지 않고 국내 기업에서 내놓은 새로운 스마트TV와 휴대폰은 사람의 손과 머리 움직임(제스처)을 통해 화면 전환/스크롤(Scroll)을 가능하게 하였다. 올 하반기 나올 구글 글래스는 안경(시각)을 통해 인터넷을 연결하고 정보를 생산, 공유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애플에 이어 마이크로소프트까지 손목시계(입는) 스타일의 스마트폰 출시를 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한 것인지 IBM은 2013년, 앞으로 5년에 안에 생활을 바꿀 기술로 사람의 오감을 활용한 기술을 선정한 바 있다. IBM 보고서는 기존의 시각, 청각, 촉각뿐만 아니라 후각, 미각을 활용하거나 증진하는 기술을 소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사물인터넷, IoT(the Internet of things), 유비쿼터스 등등에 대한 다양한 미래 기술 예측들 또한 사람의 감각기관 활용이 극대화 될 것임을 보여준다. 따라서 관능검사가 사람의 감각과 지각을 검사하는 활동이라면 스마트 디바이스에 있어서도 관능검사를 실시한다는 것이 어색한 일이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신제품 개발 기획이나 품질 개선활동에 꼭 포함되어야 할 과정으로 보인다.

전통적인 식품 산업에서 맛과 향을 개선하기 위해서 관능검사를 했다면, 스마트 디바이스 제조사는 디바이스의 조작감과 그에 따른 감성 품질을 제고하기 위해 관능검사가 필요한 것이다. 스마트 디바이스의 관능검사는 식품에 대한 검사가 그러하듯이 크게 두 가지 목적을 가질 수 있다. 하나는 안전이다. 이미 스마트폰이나 3D TV 활용에 있어 부작용이 보고되고 있다. 예컨대 스마트폰을 오랫동안 볼 경우 근시를 유발할 수 있다거나 3D TV 시청 시에 양안의 깊이지각 차이로 발생하는 어지러움 증은 이미 여러 차례 보고된 바 있다. 사람의 지각 능력은 환경의 변화에도 놀라운 적응력을 보여준다. 그러나 갑작스런 환경 변화나 다양한 감각 정보를 동시에 처리하는 경우 그 한계는 여실히 드러난다. 생활 속의 실수나 사고는 짧은 순간에 이뤄짐으로 디바이스로 인한 지각 혼동이나 주의(attention) 처리에 문제가 없는지 사전에 점검이 필요하다. 그 다음으로는 디바이스의 조작감, 통제감 등 사용품질(Quality of Use)을 높이는데 관능 검사를 활용할 수 있다. 현재 스마트 디바이스 제조사 간의 경쟁은 UX에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사용자의 물리적 사용 경험에 대한 측면이 강하다. 사람의 신체와 감각기관을 활용한 디바이스 조작(Manipulation) 즉, 사람-디바이스 간의 인터랙션을 혁신하고자 하는 경쟁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애플이나 아마존과 같이 콘텐츠와 서비스 생태계를 구성하지 못한 제조사들 입장에서 이런 경향은 더욱 뚜렷하다.

한편, 여기서의 사용품질은 기존에 관찰이나 인터뷰에 따른 주관적 평가 방법에 의존했던 UX 연구 방법으로는 한계가 있다. 단순히 조작이 자연스럽고, 편하다는 주관적이고 상대적인 평가 기준만으로는 구체적인 개발 가이드라인을 도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입력과 조작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물리적인 조작 특성과 그에 따른 지각 양상을 정신물리학(Psychophysics)으로 계량화 했을 때만 가능하다. 가령, 디바이스의 메뉴를 조작하는 상황에서 실제 촉각 피드백은 어느 정도 수준으로 제시되어야 사람들이 통제감을 느낄 수 있는지(절대역의 문제), 제스처를 통해 특정 오브젝을 움직이고자 할 때 어느 정도의 움직임이 실제 오브젝의 이동을 예견할 수 있는지(민감도나 차이역의 문제)에 대한 정확한 범위 값이 있어야 한다. 아울러, 일종의 가상환경과 마찬가지인 터치, 음성, 시각 인터페이스 환경에서 실제 물리적인 조작과 유사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애초 감각 경로와 다른 경로의 감각 또는 공감각적 피드백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마련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간다면, 디바이스마다 가지는 독특한 감성체계일 것이다. 손 동작이나 몸 움직임에 따른 자연스럽고 감칠맛 나는 상호작용, 특정 키보드나 음성 등의 입력 방식에서 느껴지는 밀도 높은 감촉이나 사운드 경험은 디바이스의 고유한 정체성을 갖는데 기여할 것이다. 최근에 모 식품회사에서는 맛과 향을 변별하는 역량을 신입 사원 선발 기준 중에 하나로 삼았다고 한다. 이제 디바이스 제조사의 UX 기획자들도 관능검사를 할 수 있거나 사용자들의 감각과 지각의 벽(Threshold)을 알 수 있는 절대감각을 익히거나 둘 중에 하나는 필요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소비자들이 우수한 와인 품종의 맛과 향을 구별해 내듯이 디바이스 또한 점차 감각지각의 우열을 가리는 시대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디바이스의 스마트함은 먼저 인간의 감각지각과 조응하는 데서 시작하기도 하고 말이다.

후기: Sensory Evaluation이 어떻게 ‘관능검사’로 번역되었는지 모르겠다. 어색한 느낌이 있지만 정부기관/조직/일반식품회사 등에서는 일상적으로 쓰이고 있어 동일하게 표기하여 사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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